카츠요리(勝賴)가 나가시노(長篠) 성을 몹시 맹렬하게 에워싸고 공격하자, 노부나가(信長)가 도쇼구(東照宮,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함께 구원하러 왔다. 군사 회의(軍評定)에서 사카이 타다츠구(酒井忠次)가 나서서 "오늘 밤 샛길로 나가시노의 부속 성채(附城)인 도비노스(鴟巢)로 밀고 가서 쳐부수면 카츠요리는 반드시 패할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역주: 도비노스는 나가시노 성을 둘러싼 다케다 쪽 성채 가운데 하나로, 도비가스야마(鳶ヶ巢山)와 같은 곳이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부나가가 비웃으며 "너는 미카와(三河)·토토미(遠江)의 자잘한 접전에는 익숙하겠지만 대군을 움직이는 계책은 모르는구나" 하고 깎아내리니, 타다츠구는 아무 대꾸도 못 하고 자리를 떴다. 그러자 노부나가가 도쇼구에게 "사에몬노조의 말이 참으로 옳소. 다시 불러 주시오" 하고 귓속말을 했다. 타다츠구가 다시 들어오자 노부나가는 바짝 다가앉아 "참으로 훌륭한 계책이다. 다만 계책이 밖으로 새어 나갈까 걱정되어 일부러 깎아내리는 척했다. 어서 달려가 도비노스를 쳐부수어라" 하고 말했다. 타다츠구가 명을 받고 나가려 하자 노부나가는 다시 붙잡고 "할 수만 있다면 이 노부나가가 직접 가고 싶은 곳이다. 아까운 무공을 너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하고 말했다.
타다츠구는 크게 기세가 올라, 한밤중에 적이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밀고 들어가 다케다 효고노카미 노부자네(武田兵庫頭信實), 사이구사 가게유(三枝勘解由), 와다 효부(和田兵部)를 비롯해 많은 적을 베었다. 성채에 지른 불의 연기를 돌아본 다케다 군사들은 크게 기가 꺾였고, 이것이 결국 패배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 야습에서 아마노 소지로(天野惣次郞)는 사시모노(指物, 누구의 공인지 알아보게 등에 꽂는 깃발)를 꽂지 않고 나섰다. 반면 도다 한페이(戶田半平)는 "길이 머니 가는 동안 날이 밝을지도 모른다" 하며 부하에게 사시모노를 들려 데려갔다. 막상 성채가 불타자 그 불빛이 대낮처럼 밝았다. 아마노와 도다가 서로 앞장서려 다투는데, 도다의 은빛 해골 사시모노가 불빛에 번쩍여 모두의 눈에 띄었다.[역주: 밤에는 깃발이 보이지 않으니 아마노는 사시모노를 두고 갔다. 도다는 날이 밝을 때를 대비해 챙겨 갔는데, 불빛 덕분에 밤인데도 그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는 이야기다.]
훗날 노부나가는 사카이의 공을 칭찬하며 "너는 앞에만 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뒤에도 눈이 있구나" 하고 말했다. 타다츠구가 "황송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껏 뒤를 돌아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노부나가는 웃으며 "앞뒤를 내다본 계책이 들어맞은 것을 칭찬하려다 말이 지나쳤다" 했다. 그제야 타다츠구는 "말씀하신 뜻이 참으로 영광입니다" 하고 물러났다.[역주: 뒤를 돌아본다는 말은 싸움터에서 등을 보이고 달아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타다츠구는 이 뜻을 받아 자신은 달아난 적이 없다고 응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