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쇼구(東照宮,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코마키야마(小牧山)에 진을 치고 있었는데, 히데요시(秀吉)가 군사를 나누어 나카이리(中入, 적의 배후로 깊이 파고드는 기습)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적의 뒤를 따라 출진했다. 코마키에는 이시카와 호키노카미 카즈마사(石川伯耆守數正), 사카이 사에몬노조 타다츠구(酒井左衞門尉忠次),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本多平八郞忠勝)를 남겨 두었다. 그런데 히데요시가 대군을 이끌고 나가쿠테(長久手)로 향하는 것을 보자, 타다츠구는 "히데요시의 본진 가쿠덴(樂田)으로 밀고 가서 불을 지르고 공격해야 한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이시카와는 "히데요시가 뒤에서 변고가 났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성이 날 것이다" 하며 굳이 말려 그대로 머물렀다. 타다카츠는 히데요시의 우마지루시(馬印, 대장의 위치를 알리는 표지)를 보자마자 겨우 500명 남짓을 거느리고 코마키에서 달려 나가, 작은 개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히데요시와 나란히 나가쿠테를 향해 내달렸다. 타다카츠는 가는 길에 아시가루(足輕, 보병)를 내보내 조총을 쏘아 한판 붙어 보려 했지만, 히데요시는 못 본 척하며 상대하지 않았다. 류센지(龍泉寺) 앞에서 타다카츠는 말을 개천가로 몰고 가 입을 씻겨 주었다. 히데요시가 "저 사슴뿔 장식 투구를 쓴 자가 대장이로구나. 누가 알아보는 자 없느냐" 하고 묻자, 이나바 이요노카미 미치토모(稻葉伊豫守道朝)가 "지난날 아네가와(姉川) 전투에서 저 무장의 갑옷을 본 적이 있어 압니다. 혼다 헤이하치로입니다" 하고 아뢰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히데요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500도 안 되는 군사로 우리 8만 대군에게 달려들려 하니, 살아 돌아갈 가망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 행군을 지체시켜 제 주군의 싸움을 이기게 하려는 뜻이니, 용기로 보나 충성으로 보나 참으로 견줄 데 없는 혼다로다. 이 히데요시의 운이 강하다면 저자를 죽이지 않아도 싸움에는 이길 것이다. 저런 아까운 자를 죽여서는 안 된다." 그러고는 활과 조총을 쏘지 못하게 했다. 이윽고 타다카츠가 나가쿠테에 닿았을 때는 싸움이 끝나 적도 아군도 보이지 않았다. 타다카츠가 "이게 어찌 된 일이냐" 하고 있는데, 도쿠가와 군이 이겨 도쇼구가 오바타(小畑)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타다카츠는 말을 몰아 쉬지 않고 달려 도쇼구를 따라잡았다. 도쇼구가 탄 말 곁으로 바짝 다가가 "야속하게도 저를 코마키에 버려두시는 바람에 이런 싸움에 끼지 못했습니다" 하고 아뢰자, 도쇼구는 곧바로 "너를 내 몸과 같이 여겨 코마키에 머물게 한 것이다. 뒤가 위태롭지 않았기에 전투에서 이길 수 있었다" 하고 말했다.
그 뒤 덴쇼(天正) 18년(1590), 히데요시가 호조(北條) 가문을 멸망시키고 7월 26일 야슈(野州, 시모츠케) 우츠노미야(宇都宮)에서 헤이하치를 불렀다. 타다카츠는 시모사(下總)의 초난(廳南)에 있다가 서둘러 왔다. 히데요시는 여러 대장들이 모여 앉은 자리로 그를 불러내어 말했다. "구마노(熊野)에서 사토 시로 타다노부(佐藤四郞忠信)의 투구를 보내온 자가 있다. 시로의 충의는 후세까지 전해지고 있다. 시로에게 뒤지지 않는 사람에게 씌우고 싶은데, 누가 있겠는가."[역주: 사토 타다노부는 미나모토노 요시츠네(源義經)의 가신이다. 요시츠네가 형 요리토모에게 쫓겨 요시노(吉野) 산으로 달아날 때, 요시츠네의 갑옷을 입고 그 이름을 대며 뒤에 남아 추격군을 막아 주군을 피신시켰다고 『기케이키(義經記)』에 전한다. 그래서 주군을 위해 몸을 던진 충신의 본보기로 꼽힌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히데요시가 "시로보다 나은 자는 헤이하치다. 그 까닭은 이러하다" 하며 나가쿠테 싸움 이야기를 꺼내 타다카츠의 모습을 자세히 들려주고는, 그 자리에서 투구를 타다카츠에게 내렸다. 타다카츠는 몸에 넘치는 영예라 여기며 물러 나왔다. 그날 밤 히데요시는 다시 타다카츠를 불러 곁의 사람들을 물리고 손수 차를 내주며 물었다. "오늘 여러 대장들이 모여 앉은 앞에서 네 무용을 칭찬해 준 것은 이 히데요시의 은혜가 아니냐. 주군의 은혜와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하냐." 타다카츠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거듭 묻자 타다카츠는 "참으로 황송하기는 합니다만, 대대로 섬겨 온 주군의 은혜와는 견줄 바가 아닙니다" 하고 대답했다. 히데요시는 더욱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