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키가하라(關ヶ原)에서 도쇼구(東照宮,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아직 오카야마(岡山)에 진을 치기 전, 여러 대장이 지형의 이점을 따라 저마다 진을 치고 있었는데, 어느 밤 여러 진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테라자와 시마노카미 히로타카(寺澤志摩守廣高)는 누운 채로 느긋하게 "나는 이미 들었다" 하고 말하고는 코를 골며 잤다. 히로타카는 무사 여섯 명과 보졸(步の者) 여섯 명을 모노키키(物聞, 적의 움직임을 살펴 알리는 자)로 두었다. 이들은 세 패로 나누어 서로 교대하고 저마다 다른 길로 다니며, 작은 일이라도 반드시 알려 왔다. 그날 밤에는 알려 온 것이 없었으므로, 히로타카는 야습이 아님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튿날 밤 몰래 가토 요시아키(加藤嘉明)가 진을 친 곳을 지나가는 자가 있었다. 붙잡고서 "첩자(忍び)든 불을 놓으려는 자든 베어 버려라" 하자, 요시아키는 "그 무사는 주군을 위해 죽음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우리 진의 방비는 게으르지 않으니 그가 어찌 우리를 엿볼 수 있겠느냐. 죽이든 죽이지 않든 승패와는 상관없다" 하며 풀어 내쫓았다.
원문
關ヶ原にて東照宮未だ岡山に御著陣無き已前、諸大將地の利に據りて面々陣取りたりしに、或夜諸陣俄に騷ぎけり。寺澤志摩守廣高臥ながら徐に、我旣に聞きたり、と言ひて、鼾かいて寢られけり。廣高士六人步の者六人を物聞とす。三番に互に代りて途を異にして、少の事も必ず告げ來る。今夜告げ來らざれば夜討に非ざる事を元より知られたる故なり。其明くる夜忍びて加藤嘉明の陣所を通る者あり。捕へて、忍びか火附か切つて捨てよ、といふに、嘉明、其士は主君の爲に死を顧みず。吾陣所の備怠らず、彼如何にして吾を窺ふべき。殺すと殺さざると勝敗に關らず、とて追放たれけり。